김목사님께,
목사님, 성큼 다가온 겨울 평안하시지요? 독감이 유행이라는데 감기 걸리진 않으셨나 모르겠습니다.
지난달 오랜만에 만나뵈어서 반가웠습니다. 저희 후원 캠페인에 관심 갖고 현황을 물어봐 주셔서 감사했고요. 저희 후원교회가 11곳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들으시고는 적잖이 놀라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아니 교회들이 청어람을 더 후원해야 겠네요.”라고 염려해주시는 말씀만으로도 힘이 되었습니다. 후원 이야기가 그날 만남의 주된 대화가 아니었는데도, 목사님의 그 염려가 몇 주째 새삼스럽게 마음에 남아 있네요. 헤어질 때 ‘청어람의 동역자가 되는 교회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도해 주셔서 더 그런거 같습니다.
그날 이후 저도 ‘더 많은 교회와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기도할수록 저희가 더 많은 교회와 연결되고 싶고, 연결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단지 후원교회가 늘어 재정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물론 그것도 절박합니다), 함께 하나님의 집을 지어가는 든든한 동역자로 서로를 알아가고 연대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청어람에는 교회에 실망했거나 교회 안에서 채워지지 않는 신앙적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교회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안전하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을 찾아 저희 모임까지 오십니다. 저희는 그들에게 섣부른 답을 주기보다, 그저 서성일 수 있는 '정거장'이 되어주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작고 안전한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 함께 대화하고 신앙의 고민을 나누며, 궁극적으로 그들이 한걸음 더 나아간 신앙 여정을 지속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 건강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다리'가 되는 것이 저희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는 단지 아카데미가 아니라, ‘일종의 교회’, ‘임시적인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은 모든 교회가 그러하듯이 목사님의 교회와 청어람이 우주적 연합을 이루고 함께 협력할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목사님과 교회에 두 가지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부담 갖지는 마시고 혹시 교회에서 필요하시다면 이렇게 두 가지 방법으로 저희를 활용해 주세요.
첫째, 청어람을 교회로 초대해 주세요. 저희는 교회를 더 이해하고 싶고, 또 교회에 저희 사역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저희의 문제의식과 고민을 나누고, 교회가 마주한 문제를 함께 이야기 나눌 자리를 마련해 주시면 기쁘게 달려가겠습니다. 특강이나 설교를 맡겨주셔도 좋고, 광고 시간에 잠깐 소개라도 할 기회를 주시면 저희에게 큰 힘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둘째로, 목사님께서 신뢰하고 애정하는 교회나 이웃들에게도, 저희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분들이 계시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저희가 사람들을 찾아 직접 연결하고 관계를 맺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목사님처럼 신뢰받는 분의 소개는 그 무게가 다릅니다. 목사님의 추천을 통해 저희의 '다리 역할'에 공감하시는 분들을 만나 동역을 요청드릴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목사님께서 그렇게 다리를 놓아주시면 청어람의 12번째, 13번째 동역 교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기대하겠습니다.
청어람은 교회를 대적하고 무너뜨리는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교회를 깊이 사랑하고 존중하며, 교회가 이 시대에 더 건강한 모습으로 굳건히 서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교회, 새로운 신앙운동을 외치지만 늘 교회와 걸음을 맞추어 협력하려고 애씁니다. 저희가 '다리'가 되고 '정거장'이 되겠다고 말씀드린 것은, 잠시 길을 잃거나 상처받은 성도들이 신앙을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도록 붙잡고, 궁극적으로는 다시 건강한 공동체로 돌아가도록, 혹은 건강한 공동체를 새로 형성해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교회의 곁에서 함께 짐을 지고 하나님의 집을 세워가는 든든한 동역자가 되도록 늘 애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