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나요? 아침에 출근하니 사무실 실내 온도가 38도까지 올라가 있더라고요. 저희 사무실은 맨 꼭대기층이라서 햇볕에 달아오른 천정과 벽의 온도가 밤에도 쉬이 떨어지지 않나봅니다. 창을 활짝 열어 환기하고 에어컨을 켜서 온도를 낮추면서 이 뜨거운 도시에 사는 모든 존재, 특히 밤샘 노동, 야외 노동 하시는 분들과 고공 농성 하시는 분들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연약한 존재들, 고통받는 존재들을 위해 실제로 하는 일은 별로 없으면서 늘 마음에 염려와 죄스러움만 가득합니다. 이렇게 제 손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마음의 짐이 무거울 때면, 오히려 제 손길이 닿는 아주 사소한 일들에 온전히 집중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제 주일 모임에서 나누었던 시를 여러분과도 공유해 봅니다. 한 몸 건사하기도 버거운 날들이지만, 사소한 일을 정성껏,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해나가는 마음 — 그 사려 깊음 속에 깃든 거룩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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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일상 / 최은숙
젖은 빨래를 반듯이 펴서 차곡차곡 포갰다 널면 다림질 안 해도 새 옷처럼 반듯하지 양말도 대충 걸지 말고 짝 맞춰 나란히
사소한 일을 정성껏
흙 씻어 낸 호미를 헛간 벽에 걸 때 할머니는 호미 자루에서 손을 떼지 않으시지 휙휙 집어 던지지 않으시지 개켜 놓은 이불 위에 베개를 올릴 때도 수저를 식탁에 놓을 때도 설거지한 그릇을 포갤 때도
호미와 벽은 평화롭고 가만히 이불 위에 내려앉는 베개는 포근하고 나란히 걸린 양말은 사뿐사뿐 하늘을 걷지 수저도 그릇도 주인처럼 정갈하고 고요하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런 어느 날 우린 햇볕을 품고 바람에 나부끼는 시간을 알게 되겠지 젖은 마음일 때도 천천히 주름을 펴는 법을 알게 되겠지 나를 함부로 동댕이치지 않고 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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