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에서 서성이며 💭
🗣️ 시끄러운데 조용, 한나
안녕하세요! 황송한 안식월을 잘 보내고, 복귀한 첫날에 '요즘'으로 인사드리는 배한나입니다. 북적이던 상수역이 웬일로 한산해서 여유롭게 사무실로 올라왔습니다. 이전에는 입구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의 긴 줄을 기다려야 했거든요. 쉬다 온 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상수역을 오가던 홍대 학생들의 방학이 부럽습니다.
안식월 기간에 다른 지역 몇 군데를 발길 닿는 대로 다녔습니다. 국내인데도 희미하게 '나 이방인이었지!'라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지역민들의 대화하던 톤을 오해했을 때나 처음 듣는 방언('볼구리하다'를 아시나요?)을 들었을 때, 익숙한 음식을 다르게 먹는 방식을 알았을 때 등 사소한 순간에서였습니다. 그때마다 감사하게도 배려해 주시더라고요. 톤은 차가운데 극세사처럼 세세한 설명을 해 주신다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걸 눈치채고 알아듣게 알려주신다거나, 정보를 잊지 않도록 두세 번의 강조를 해 주는 식이었습니다. 수고로웠을 관심 덕분에 곤란한 순간을 차분하게 넘겼고, 마음이 산뜻해지기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더라고요.
문득 청어람 모임에서 뵌 분들의 대화가 떠오릅니다.
“청어람을 관찰하다가 용기 내어 왔는데, 제가 너무 어려서… 껴도 되나 고민했어요.”
“난 반대로 나이가 너무 많아서 고민했는데요!”
새로운 시공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방인의 조바심이 드는 듯합니다. 청어람 모임도 마찬가지고요. 나이뿐 아니라 여러 이유로 말입니다. '이게 맞나?', '나만 그런가?', '이상하게 보일까?',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지', '내 말이 괜찮을까?' 등... 근데 돌아보니 모두가 각자 지우지 못한 서성임을 안고 만나다 흩어지는듯 해요. 특히 '나만 그런가?'는 청어람 모임에서 익숙합니다. '쟤도 그랬네?'를 알아가거든요.
이미 여러 번 만났어도 새로운 주제로 낯설게 만나지는 분들, 처음이라 당연히 낯설 분들을 미리 환영합니다. 가만히 살펴보고, 오셔서 이야기를 나누어 주세요. 저는 저만의 문턱을 서성이며 귀를 잘 열고 입을 열겠습니다. 그간 모임에서 만난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랬왔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