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 졸업 후 일반 회사에 다니다가 캠퍼스 선교단체 간사로 헌신하게 되었는데요. 왜 굳이…?
한 : 질문의 순서를 바꾸면 되는데요. 선교단체 간사를 하기 위해서 일반 회사를 다녔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제가 속한 선교단체는 간사가 100% 후원 모금을 해야 했기 때문에 4년간의 학자금을 갚고 사역을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였고요. 두 번째로는 사회생활을 경험하면 학생들과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짧은 시간 동안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일하며 별의별 사람들을 만나봐서 재밌었고, 한국에 있는 일본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2년 동안 일하며 다양한 일을 접할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다만 매달 월급의 70% 정도를 학자금 갚는 데에 써서 허리를 바짝 졸라맸어요. 그리고 계획한 대로 학자금을 다 갚고 선교단체 간사를 지원할 수 있었어요.
수 : 와~ 정말 대단하신 분! 특별한 과정이었네요. 그렇게 지독하게(?) 한나 님을 ‘선교단체 간사’의 길로 가게 한 계기가 궁금해요.
한 : 오래전부터 영화 <시스터 액트 2>를 계속 돌려보며 주인공인 '들로리스'처럼 되고 싶었어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보통의 사람이랄까. 그러다가 선교단체에서 '좋은 '기독교인' 어른 간사님을 만났는데요. 학생들을 동등한 어른으로 대해 주시고 '귀한 존재'라며 모두에게 자주 말해주셨어요. 그분의 메시지에 카리스마가 있다거나 독보적인 장기가 있지 않았는데도(오히려 잔잔한 말투에 설교시간에 조는 학생도 많았어요), 학생들이 많이 모였고 같이 재미있게 사역을 했었어요. 함께한 동기나 선후배들도 마음이 따뜻하고 좋은 이들이었고요. 이렇게 신앙하는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평생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돌아보니 그분이 사역했던 시절에 유독 간사를 지원한 학생이 많았고 그중 저도 한 명이었습니다.
수 : 그분이 정말 ‘들로리스’였네요. 선교단체에서 나온 후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도 오래 계셨죠. 그러고 보니, 꽤 오랜 시간 동안 기독교 영역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거네요. 그럴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인가요?
한 : 뿌리 깊은 이분법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노골적인 '기독교적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선교단체 간사를 결심했을 때에 '평생 선교사'를 꿈꿨었거든요. 그 계획이 틀어지고는 좌절감에 아무런 계획을 가지지 말고 길이 나는 대로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돌아보니 기독교 영역에서 계속 걷고 있더라고요. 사실 걷다 보니 길이 된 거지, 동력은 잘 모르겠어요.
수 : 비영리 단체는 ‘돈’을 못 버는 대신 ‘보람과 자긍심’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들 하잖아요. 한나 님에게는 어떤가요? 지금까지 활동해 오며 가장 보람되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한 : 저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들이 다 좋았고요. 마음이 어려웠던 분이 모임을 계기로 힘을 얻었다거나 재미를 얻었다는 찰나를 만나면 보람찼던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꺼낸다던가, 풀지 못했던 실타래 하나를 풀었다던가, 신앙의 또 다른 계기를 얻었다던가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기쁘더라고요.
수 : 한나 님은 어느 때 행복하세요? 최근 행복감을 느낀 일이 있다면 어떤 순간이었나요?
한 : 친구들을 만날 때, 마음이 편하고 행복한 것 같아요. 뭘 더 드러내거나 덜어내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들이 좋더라고요.
수 : 그러고 보니, 한나 님은 친구들과 있을 때 참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애교와 흥이 폭발하는 걸 종종 봤거든요. ^^ 친구들, 혹은 한나 님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고 싶나요?
한 : 저는 친구들이 저를 많이 참아주고 다정하게 있어준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왔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보다 더 설익고 어설펐던 그때의 저를 떠올리며 누구든 저 자신을 대하는 마음으로… 가능한 한 다정하려고 애쓰고 노력합니다. 수 : 스트레스가 현대인의 불치병이 된 지 오래이고, 부정적 감정에 노출되기 쉬운 시절을 살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한나 님은 멘탈이 흔들릴 때 어떻게 붙들거나 회복하세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한 : 회복탄력성이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여러 방법을 기웃거리는 편입니다. 마음이 편한 친구들, 보고 싶은 이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습니다. 잠을 일찍 자고요. 말도 안 되는 문장으로 일기를 써 보기도 하고요. 인터넷에서 쇼핑할 거리를 찾아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결제하고 바로 취소하기도 하고요. 한때 좋아했던 H.O.T의 방송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팬들이 지르는 함성을 듣기도 하고요(도파민 폭발). 몇몇 즐겨찾기에 넣어둔 여러 가수 공연 영상을 보기도 합니다. 동네 산책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떡볶이를 사 먹기도 하고, 마트 구경을 하며 '오늘은 이게 가격이 좋네'식의 생각을 하며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