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앉아 있으면 어린이들을 만나곤 합니다. 어린이들은 모르는 친구에게도 곧잘 말을 겁니다. 보통 이렇게 말을 걸더군요. “몇 살이야?” 또래인지 궁금해서 그렇게 묻는 것이겠지요? 제 아이도 대뜸 나이부터 묻더라고요. 어린이들이 이름보다 나이를 먼저 묻는다는 사실이 저는 늘 흥미롭습니다.
아이들은 나이만 묻지만, 어른들은 더 많은 것을 궁금해합니다. 상대방의 직업이나 사회적 역할 같은 것들을요. 그에 따라 상대방을 쉽게 판단하거나 권위를 부여하기도 하지요. 제가 언젠가 참여했던 글쓰기 모임에서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어요. 서로의 글만을 앞에 두고서 삶의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괜찮았죠. 나이와 직업이 중요하지 않은 자리에서는 자신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일이 훨씬 수월하더군요. 적당히 가면을 쓰고 글을 지어오던 참가자들이 마침내 날것의 감정과 묻어 둔 이야기를 꺼내놓고 기뻐하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물론 저도 그중 하나였고요.
“직함, 나이, 경력, 학력, 교회 안에서의 역할이 대화의 위계가 되지 않도록 서로를 ‘님’으로 부르고 높임말을 사용합니다.” 이것은 청어람의 모임문화약속문에서 제가 특히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서로를 ‘님’으로 부를 때 생기는 존중과 조심스러움이 좋아서 모임 중에 동료들에게도 ‘님’이란 호칭을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정말 평소와 다른 마음으로 동료의 말을 듣게 되더라고요. 직함보다 경험이 먼저 들려옵니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는 생각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것 같아요.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요. 그래도 꿈꾸어 봅니다. 그 누구도 발언을 독점하지 않고 모두의 경험과 언어가 존중받는 모임, 신앙을 향한 질문과 망설임, 불확실성이 허용되고, 나이와 경력, 교회 안에서의 역할이 위계로 작동하지 않는 모임을요. 이런 모임이 기독교 생태계에 더 많아진다면, ‘상호 배움’이라는 말도 우리의 피부에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