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교회에서 청년부 전도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교회학교만 맡아 일을 하다가 청년부서를 맡으니 새로운 것이 많았습니다. 일단 학생들이 어찌나 씩씩한지 울지도 않고요. 모임 중간에 집에 가고 싶다는 말도 (어지간하면) 하지 않습니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1박 2일로 겨울 수련회를 다녀왔는데 알아서 척척척 운전도 하고,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이불도 깔아서 ‘도대체가 내가 할 일이 없구만!’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제가 키운 것도 아닌데 뿌듯하더라니까요. 그러고는 제가 이제까지 만났던 어린이들이 한 명 한 명 떠올랐습니다. ‘그이들도 이렇게 멋지게 자라겠구나’ 싶었어요. 기분이 절로 좋아졌습니다.
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박수 치고, 응원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목회자는 꽤나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제 꿈이 처음부터 목회자였던 것은 아니었어요. 중학생 때 제 꿈은 영화감독이었고요. 고등학생 때는 작가였습니다. 목회자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현철 간사님은 꿈이 과학자였다고 해요. 한나 간사님은 대통령이 꿈이었다고 하고요. 풍관 간사님은 오늘 출근을 하지 않아서 묻지를 못했지만 아마 풍관 간사님의 꿈도 청어람 간사는 아니었을 겁니다. 어느 누구는 학창시절 써내려 간 장래희망대로 하루 하루 살기도 하겠죠. 그렇지만 그 보다 많은 사람들은 저와 청어람 식구들처럼 그 꿈과는 조금은 멀어진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겁니다.
185센티미터가 넘는 근육질의 장신, 뾰족하게 뻗은 머리에 온몸에 새긴 문신, 그리고 사제복.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강렬한 인상의 루터교 목사 나디아 볼즈웨버의 꿈도 처음부터 목사는 아니었습니다. 도대체 그는 어쩌다 목사가 된 걸까요. 그 이야기는 어쩌면 박현철이 과학자가 되지 않은 이야기, 배한나가 대통령이 되지 않은 이야기, 김유미가 영화감독이 되지 않은 이야기와 닮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디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얼토당토 않은 일’이라고 부릅니다. 전혀 합당하지 않은 일.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어도 개연성이 없다고 욕을 먹을 이야기. 중독과 실패, 삶의 망가진 자리에서도 보게 된 복음,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불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야기. 부르심이란 어쩌면 그런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어람에서 이번 상반기 동안 나디아 볼즈웨버의 책 <여자목사>를 중심으로 한 대화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오늘 한국 교회 안에서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거나 막 들어서려는 여성 여섯이 모여 부르심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각자는 어떤 얼토당토않은 시간들을 통해 이 자리에 오게 된걸까요. 하나님은 왜 이들을 이 자리에 부르신 걸까요. 이 프로젝트는 나디아의 이야기를 읽고 감상을 나누며 끝나지 않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기록해서 또 한 권의 작은 <여자목사>를 만들어 볼 작정입니다. 궁금하시죠? 그 이야기를 여러분께도 곧 들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