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합니다 ✉️
낮이 짧고 밤이 긴 계절, 저는 ‘대림절 묵상 순례’와 함께 저녁마다 올해의 OO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올해의 습관, 올해의 도전, 올해의 순간, 올해의 기쁨…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찬찬히 생각하며 이래저래 달력과 일기장을 넘겨봅니다.
돌아보면 올해는 유독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어떤 의미일까?’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회와 교회의 현실을 마주하며 무력감을 느끼는 날이 적지 않았습니다. 사회도, 교회도 길을 잃은 것 같은 시대에 신앙의 의미는 무엇일지, 청어람이 내고 있는 목소리는 어디쯤 가 닿고 있는지에 관한 고민이 조금 버겁기도 했습니다.
막막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삶과 신앙이 어디쯤에 있는지 묻고 싶은 사람들, 믿음과 일상의 균형을 고민하는 사람들, 더 넓고 건강한 기독교 생태계를 꿈꾸는 사람들. 청어람이 마련한 모임에 참여해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공부한 바로 여러분들 덕분에 그래도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항상 거기로, 사람으로 돌아갑니다. 지난 20년간 청어람은 그렇게 마음 나눠 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비틀거리면서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두 달간 저희가 부쩍 ‘20주년’ 이야기를 많이 해서 혹여 지겹지는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소란스럽게 말씀드렸던 이유가, 단순히 긴 시간을 버텼음을 자랑하고 싶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척박한 토양 위에서 청어람이 20년이나 걸어올 수 있었던 건,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이 곳곳에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그들의 존재가 청어람이 걸어 온 스무 해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것을 확인하고, 자랑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후원의 밤은 우리 모두의 ‘연결’을 확인하는 자리라 생각하고 준비했습니다. 단순히 청어람의 재정을 충당하는 행사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느라 지친 마음들이 서로 연결되고 온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만 유별난 게 아니었구나", "나와 같은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나누는 시간이자, 여러분이 나누어주시는 힘으로 저희의 각오를 다시 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주 토요일(13일), 서대문역 근처의 공간 새길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후 3시부터 작은 북페어 형태로 청어람이 함께 읽고 고민해 온 책들을 전시하고 나눕니다. 저녁 7시부터는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를 초대하고, 누구든 환영합니다. 분주한 연말의 토요일이지만, 시간을 넉넉히 잡았으니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들러 주시면 반갑겠습니다. 어색해하거나 어려워마시고 편히 오세요. 당신이 있어 지난 20년이 가능했습니다. 다음 20년의 시작도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청어람의 20주년 후원의 밤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청어람 ARMC
현철, 한나, 유미, 풍관 드림
덧. 공간의 한계로 함께 하지 못하는 분들께 죄송합니다. 이번 후원의 밤은 형편상 온라인 송출은 진행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멀리 계신 분들을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연결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멀리서도 늘 마음 나눠주시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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