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청어람을 만난 것은 2006년입니다. 그때 저는 신학대학원 1학년이었습니다. 나름 뜨겁게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학교 수업을 17학점까지 채워서 신청하고, 청어람 강의를 2개 더 들었습니다. 화요일이 가장 힘들었는데요, 6시 반에 수업이 끝나면 학교에서 명동까지 이동하느라 제대로 된 저녁식사도 못하고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의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청어람 올라가던 길에 이삭 토스트에서 매번 사먹던 ‘베스트 토스트’의 맛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제 삶의 여러 계절을 청어람과 함께 보냈습니다. 청어람에서 만난 선생님들 덕분에 기독교 신앙을 더 깊이 사유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는 동료들이 있어서 하나님과 세계를 바라보는 법, 관계 맺는 법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해 꾸준히 읽고, 쓰고, 기도하며 신앙의 좋은 습관을 길러올 수 있었습니다. 청어람이 한 걸음씩 자리를 넓혀갈 때마다, 제 신앙의 울타리도 조금씩 넓어졌습니다.
청어람은 강의 ‘아카데미’로 출발했지만, 다양성을 갖춘 ‘배움의 생태계’로 자라났습니다. 지금도 각종 강의와 북클럽, 대화모임, 챌린지, 예배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청어람의 울타리에서 좋은 경험을 누리고 자신의 신앙과 삶을 단단하게 키워가는 중입니다. 특히 자신이 교회와 어딘가 맞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 교회를 떠났지만 여전히 하나님과 신앙에 대한 질문을 놓지 않고 있는 사람, 성숙하고 건강한 지성을 갈망하는 사람, 신앙과 일상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청어람은 마음껏 질문하고 머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한국 교회 생태계에서 청어람의 가치는 어떤 숫자로도 환산될 수 없을 만큼 고유하고 소중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청어람이라는 이 독특한 공간은 꼭 필요합니다.
청어람은 스무살이 되었고, 저는 이제 40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이삭토스트 먹고 강의 참석하던 저는 이제 대표가 되어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 청어람의 어제와 오늘을 잇고, 내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청어람이 관성에 의해 ‘유지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신앙과 사유를 ‘길러내고 확장하는 공간’이 되기를 꿈꿉니다. 지난 20년간 청어람에서 경험한 배움과 성장이 더 멀리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그간 조명되지 않았던 신앙과 사유를 발굴하고, 연결하고, 확산하는 일을 더욱 더 창조적인 방식으로 시도하겠습니다.
청어람이 나아갈 길에 더 많은 걸음들을 초대하기 위해 ‘청어람 20주년 후원 캠페인’을 엽니다. 질문으로 길을 낸 20년이 함께 걸어가는 20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지난 스무 해처럼, 다가올 스무 해도 청어람이 만남과 배움, 환대와 성숙의 공간으로 자라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열띤 지지와 동행을 부탁드립니다.
청어람 대표 박현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