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어람(청) : 안녕하세요. 본인을 소개할 때 ‘청소년들과 밥 먹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청소년들과 밥 먹는 사람이라는 건 어떤 건가요?
오선화(오) : 쉽게 말하면 청소년 활동가인데요. 14년 전에 동네 청소년들과 치킨을 먹게 된 일을 계기로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SNS DM 등 다양한 창구로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저와 연결되었던 친구가 본인의 친구를 부탁하는 경우도 많고,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고 연락을 해오기도 하고요.
- 청 : 책도 여러 권 쓰신 걸로 알고 있어요. 에세이뿐 아니라 소설도 쓰셨죠. 최근 출간된 소설 <살자클럽>은 전작 <ㅈㅅㅋㄹ>과 함께 그간 활동하신 내용이 담겨있나요?
오 : 어쩔 수 없이, 당연하게도 제 활동 내용이 담겨 있어요. 이미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이 온전히 내 삶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글을 쓰면서 깨달았던 것 같아요. <ㅈㅅㅋㄹ>은 ‘자살클럽’이라는 뜻이에요. 아이들에게 살아주어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그렇게 쓰게 되었어요. <살자클럽>은 <ㅈㅅㅋㄹ> 쓸 때부터 연작으로 기획했던 책이고요. <살자클럽>은 최대한 수학능력 시험(수능) 일정에 맞춰서 출간하려고 노력했어요. 요즘 제 마음을 가장 사로잡는 일이 수능이거든요. 어느새 청소년 자살 예방 활동을 하며 계속 위로해주는 강사가 되어버린 덕에 수능 전후로 아주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시험을 망쳤다’고 하지 않고 ‘망했다’고 하거든요. 시험 때문에 인생이 망했다. 이번 생은 망했다. 이생망. 그렇지 않다는 걸 빨리 이야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저를 온통 사로잡고 있어요.
- 청 : 청소년들과 소통하는데 비결이 있나요?
오 : (청소년을) 궁금해하시면 좋겠어요. 사랑하면 상대방이 궁금하잖아요. 제가 만나는 애들도 4년동안 제가 뭐 하는지 궁금해하지 않다가 뒤늦게 “쌤 혹시 작가예요?”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청소년들을 외계인처럼, 치우쳐져있는 사람들처럼 생각하지 마시고 많이 물어보시면 좋곘어요. 물어보면 되게 좋아하거든요. “세븐틴이 뭐야?” 물어보면 얼마나 신나서 이야기하는데요.
그런 걸 알려주고 싶어서 부모님들을 대상으로도 강의를 하고 있어요. 제가 청소년들에게 “살아주어 고맙다”고 하는데 그 말이 좋은가 봐요. 그런데 부모님에게 “엄마도 내가 살아있어 고맙지?” 그러면 “지랄 말고 공부해” 이렇게 된다고. (웃음) 이런 일을 너무 많이 겪어서 어른들한테도 이 아이들이 살아있음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이가 방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라는 책을 쓰고 부모 연수를 다니게 되었죠.
- 청 : 말씀해주신 내용들을 들어보니 활동하고 계신 부분은 종교 영역이나 기독교 영역이 아닌데, 청어람이랑 인연이 닿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 : 우선 제가 개신교인이기 때문에 분리될 수 없는 지점이 있기도 하고요. 마음이 가는 강의가 있어서 보니 단체 이름이 기독교 단체 이름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단체가 있구나” 했는데 그때 강의가 되게 좋았어요. 내가 생각하는 정의와 신앙이 연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강의였거든요. 그 후로 청어람에 대해서 여러모로 찾아보게 되었어요.
- 청 : 그렇다면 청어람에 후원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청어람은 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하지도 않고, 사실 청소년과 조금 더 동떨어진 곳에 있는 단체라고 느껴지는데요.
오 : 제가 이루고 싶은 정의를 청소년들에게 투영하였지만, 만약 제가 개신교와 연대하는 활동을 하게 되었다면 이렇게 하고 싶다는 그림을 그려보게 되잖아요.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같으면 다른 활동을 하더라도 같은 일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어쨌든 예수님은 변하지 않는 거니까. 예수님의 마음으로 활동하는 청어람도 그런 단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들을 만날 때 경제 사정부터 종교, 정체성까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 하나 공부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다양한 단체들의 활동을 보면서 이쪽은 이런 일을 대신 해주고 계셔서 감사하고, 저쪽은 또 저렇게 해주고 계셔서 감사하고 그렇더라고요. 청어람도 이런 일들을 해주셔서 항상 고마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 청 : 오랜 시간 후원을 해주시면서 변화하는 청어람을 모두 지켜봐주셨는데요. (예를 들면 처음 청어람을 만나셨을 때는 대형강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대부분 책모임을 통해 작은 소그룹으로 깊은 나눔을 하는 쪽으로 바뀌었죠. 다루는 주제들도 조금 더 구체적인 키워드를 정했고요)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적응하는 청어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