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서늘해지는 계절의 경계에서 잘 지내고 계신가요? 출퇴근을 하다 보면 누군가는 아직 반소매 티를 입고 다니고, 누군가는 털옷으로 몸을 무장했음을 관찰하곤 하는데요. 메일을 받으신 화요일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는 추운 날이라고 하니, 따뜻하게 잘 감싸고 밖을 나서셨기를 바랍니다.
최근 청어람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나눠주신 이야기 중 두 가지를 인상적으로 듣고 오래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친구의 추천으로 왔다’ 혹은 ‘지인이 가보라고 해서 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무언가를 고르거나 추천하기 어려워하는 저로서는 추천한 분의 ‘어떠한 이유’가 궁금하곤 하는데요. ‘네가 가면 좋을 것 같다’라는 말에 그냥 왔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추천받은 분은 추천하신 분에 대한 끈끈한 신뢰가 있었던 것이고, 추천하신 분들은 또 저희 청어람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거겠죠? 추천인 코드라도 입력받아서 관리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봤습니다.
두 번째는 ‘요즘 청어람이 모임 타율이 좋다’는 이야기였습니다.딱 궁금한 주제와 책을 선정해서 참여하고 싶게 만들고, 막상 참여하면 고른 책과 모임의 내용이 좋아 만족감이 높다는 말씀이셨죠. 그래서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저희가 추천하는 책은 꼭 챙겨보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사실 책 한 권 골라 추천하기 위해 최소 대여섯 권의 후보를 정하고 지금 우리에게 어떤 책의 메시지가 가장 유익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데요 그런 마음이 통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뿌듯했습니다. 지난달에 가장 잘 고른 책은 월간 세속성자 북클럽에서의 <나는 내 몸에 대해서는 기도하지 않습니다>였습니다. 교회 안에서의 장애, 장애정의에 대해 우리가 보지 못하던 것을 시원하게 까발려주는(?) 책이었는데요, 읽을수록 부끄러움도 더했지만 시야가 넓어지고 변화를 다짐하게 되는 유익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숨모임에서 읽는 <붕대 감기>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잇대어 각자의 현재를 보듬는 유익이 있고요, 세속성자 북클럽에서 읽는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는 한 사람의 마음을 매료시키고 새로운 삶의 단계로 들어서게 하는 영적 성장과 우정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해 읽고 공부하는 사이 북클럽이나, 꾸준히 자기 글을 써 가는 글쓰기 모임 등 다양한 모임들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고 서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11월에도 정성껏 고른, ‘신뢰할 만한’ 모임들을 내놓습니다. 키워드는 이렇습니다. #페미니즘 #비거니즘 #신앙 #대화 #읽고쓰기 #산책 #걷기인데요. 추천하고픈 누군가가 떠오르신다면 링크를 공유해서 알려주시고요. ‘2023년 11월의 나 자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분은 망설이지 말고 함께 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셔서 나도 모르게 엉킨 생각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쾌감이 있기를, 응원하며 기도할게요!!
[페미니즘 이슈 북클럽] 나와 너의 페미니즘을 찾아서
영국의 역사학자 루시 딜랩의 <페미니즘들>은 페미니즘을 선처럼 길게 일렬로 이해하는 방식으로는 페미니즘을 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보고 ‘모자이크 페미니즘’이라는 방식을 제시합니다. 즉,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은 동시대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방식이죠.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다양한 페미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론인 셈입니다.
청어람과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는 <페미니즘들>을 함께 읽으며 ‘나’의 페미니즘을 발견하며 ‘너’와 ‘우리’의 페미니즘들을 이해하는 모임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특별히 이 모임은 이 책의 챕터 제목이기도 한 8개의 단어(꿈, 생각, 공간, 사물, 모습, 감정, 행동, 노래)를 하나씩 읽고 짧은 에세이를 쓰는 모임입니다. 읽기에 그치지 않고 쓰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며 대화할 수 있는 여성 공동체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을 초대합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괜스레 무력한 나날을 보내고 계시다면, 그래서 몸도 마음도 어딘가에 발을 붙이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계시다면, 잠시 시끄러운 일상을 떠나 어람씨와 함께 걸어요. 뚜벅뚜벅 두 다리로 땅을 딛는 1분 1초가 쌓여서 내일도 힘차게 걸을 수 있는 근육이 되어줄 거예요.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1:28)는 말씀을 하나님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적을수록 풍요롭다>는 말은 어떻게 들리나요? 부의 축적과 탐욕을 신봉하는 번영 복음의 메세지는 거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소박한 삶을 위해 모자라지 않은 음식과 옷과 차와 집이 필요한 우리는 과연 탈성장이라는 대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11월 월간 세속성자 북클럽에서는 오늘 세계가 마주한 위기와 한계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탈성장에 대해 함께 읽고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어떤 상상과 실천을 더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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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기 : 2023년 11월 13일(월) 부터 밴드에서 온라인으로 함께 읽기 대화모임 : 2023년 11월 24일(금) 저녁 8시, 온라인 ZOOM
그간 청어람이 걷고자 하는 신앙의 여정, 수행하고자 하는 실천을 조금 더 구체화하여 함께 대화하는 모임 계속해서 가집니다.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주제와 신앙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발제한 후 토론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의미 있는 자리에 함께 해 주실 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