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은 사정을 훤히 알아맞히는 용한 사람을 만난다면 뭘 묻고 싶은가요? 세속성자 주일모임에서 성서정과를 읽다가 요한복음 4장에 등장하는 우물가의 여인을 상상했습니다. 나였다면 예수께 어떤 질문을 이어서 했을지 말이죠. 더이상 동네사람 눈치 안 보고 먹고살 만한 곳을 알려달라거나, 지금 만난 남편과의 앞날은 괜찮을지를 물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여인은 예배에 대한 물음과 메시아 고백으로 대화를 이어갑니다. 그게 진짜 궁금했나봐요.
이따금 '현실적이고 실리있게 살아라.'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비현실적인 일이 보란 듯이 벌어지는 요즘, 무엇이 현실적인 것인지 헷갈립니다. 초등학교에 폭격을 가하고, 가학적 성범죄 연루자들이 돈과 권력으로 버젓이 잘 살고, 노동의 수고로만 일상을 일구는 이가 바보스러워 보이는 이 비현실스러움 앞에서 말이에요. 여인의 질문이 그랬던 것처럼, 전쟁 없는 평화와 악인 심판을 이야기하고, 정직한 노동의 가치를 말하는 이가 오히려 현실적인 사람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계속되는 사순절 기간에 열리는 청어람의 모임에서는 우리의 종교와 교회의 역사, 팔레스타인과 맞닿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물가의 여인과 같은 분들이 오셔서 뾰족한 질문과 생각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신기루 같던 소망이 기적처럼 이루어지는, 부활 같은 일을 함께 기대하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