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따러 가실래요? 🫒
🤸잘 굴러가는, 유미
〈올 리브, 올리브〉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세바스티야에 살고 있는 위즈단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인데요. 이 영화에는 이스라엘에 의해 땅을 빼앗기며 점점 줄어드는 농지에서 올리브를 수확하는 위즈단 가족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2016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졸았습니다. 재미없는 영화였어요. 농사를 짓고 일상을 살아가는 일은, 폭력 앞에서도 여전히 너무나 평범하고 지극히 지루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이 영화를 더 특별하게 기억하게 만들었습니다. ‘땅은 빼앗을 수 있어도 한 사람의 일상까지는 쉽게 빼앗을 수 없구나’, ‘이러나저러나 우리의 하루는 또 그렇게 흘러가는구나’라는 깨달음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올리브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입니다. 열매 그대로 반찬이 되기도 하고, 기름을 짜서 사용하기도 하고, 비누로 만들기도 합니다. 팔레스타인 전체 과일 생산량의 70%를 올리브가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팔레스타인 민중의 일상 곳곳에서 올리브를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스라엘은 정착촌을 세울 때마다 올리브 나무를 베어낸다고 합니다. 수천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나무가 포크레인에 밀려 순식간에 사라지는 장면을 떠올려 보신 적 있나요? 일종의 민족 말살 정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올리브를 심고 가꾸는 일은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단순히 생계를 넘어, 일상을 지켜내는 일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지난 1월 8일, ‘팔레스타인은 지금’이라는 이름의 대화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12월에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다녀온 세 분의 활동가로부터 아주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 이야기 속에도 올리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군사 점령 지역이 점점 확대되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통행이 차단되는 도로 상황 때문에 올리브 농사는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올리브 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생계와 직결되어 있기도 하고, 농지에 올리브 나무가 심겨 있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그 땅을 ‘주인 없는 땅’으로 간주해 빼앗아 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길이 막혀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통행이 재개되기를 기다리며 결국 농지로 향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임영신 대표(IMAGINE PEACE)는 이날 대화 모임에서 올리브 수확기인 10월에 더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농사를 돕자고 제안했습니다. 거대한 폭력 앞에서 올리브를 따는 일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일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 연대인지를 차분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팔레스타인에서 올리브를 수확하는 제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어떠세요, 여러분도 한 번 함께 올리브를 따러 가보시지 않겠어요? 지루하고도 성실하게, 올리브 한 알 한 알을 바구니에 담는 일은 분명 평화를 닮아 있을 겁니다.
우선은 다음에 열릴 팔레스타인 대화 모임에서 먼저 만나면 더 좋겠습니다. 3월 5일 목요일에 열리는 팔레스타인 대화 모임은 청어람에서 주관합니다. 자세한 일정은 정리되는 대로 다시 공유드릴게요. 대화 모임을 기다리는 동안, 팔레스타인에서 수확한 올리브 오일을 한 번 맛보는 건 어떨까요? 빵에 찍어먹으면 아주 맛나답니다. 두레생협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