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 토 두 번에 걸쳐 청어람 후원자 모임을 가졌습니다. 시끌벅적한 후원의 밤보다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대화의 자리를 만들고 싶었는데, 과연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서로 처음 만난 분들이 많았지만, 소소한 일상 이야기도 나누었고, 각자 올해를 돌아보고 나누는 시간도 가졌고, 지난 몇 주간 온라인으로 진행한 청어람 2024 연말 설문 결과와 2025년의 중대한(?!) 변화에 대해서도 나누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만 외계인이 아니었구나…”
올해 당신에게 청어람은 어떤 존재였냐는 질문에 어떤 분이 이런 답을 써 주셨습니다. 후원자와의 만남에 오신 한 후원자께서도 청어람이 ‘외계인들을 위한 공간’인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실 지구에서 태어난 저(?)는 찐 외계인 님들의 생각을 다 이해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청어람을 동료로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모두 저와 같은 질문, 같은 대답,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쨌건 우리가 비슷한 감각과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는 있지요. 그 직관적 감각을 저는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납득하기 힘든 생각과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외로울 외계인들이 청어람을 통해 모종의 공감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 새삼스런 희망이자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런 말씀도 남겨주셨습니다.
“청어람이 교회와 사회 사이, 진보적인 이들과 보수적인 이들 사이, 주류 담론과 비주류 담론 사이에 다리를 놓는 곳이면 좋겠어요. 청어람이 그런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죠. 정말로 내가 외계인이라도 어떤 이유에서건 지금 지구에 발붙이고 있다면, 수만광년 고향별로 돌아갈 꿈만 꾸기보다는 지금-여기의 삶에 조금 더 충실할 필요도 있겠지요. 집으로 돌아갈 우주선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지구인들 사이에 스며들어서 먼 고향별로 함께 여행할 동료를 찾고, 지구인들의 감각과 우리의 감각을 함께 공유하며 새로운 지혜를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그게 지구인-외계인 모두 어우러지는 우주의 평화를 위한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요.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전체는 하나님의 몸이자 집일 테니 서로 다른 생각과 감각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바로 ‘코이노니아’ 아닐까요?
난데없이 외계인 타령을 조금 해 보았습니다만, 청어람을 향해 여러분들이 나눠주신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로 청어람이 서로 다른 생각들, 서로 다른 존재들 사이를 연결하는 공간, 하나님의 집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온 우주가 하나님의 몸이고 하나님의 집이라 믿습니다. 다채롭고 풍성하며 오래되고 새로운 그 집의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함께 쓰고 누리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문득 ‘하나님이 외계인도 만드셨나요?’라는 질문이 내년의 첫 질문이 되면 어떨까 싶지만, 일단 내년에는 희망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내년 1월 시작하는 사이북클럽에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그리고 신학생과 목회자를 위한 읽고 쓰기 워크숍에서 글을 서로 나누며 2025년을 잘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성탄이 하루 남았고, 2024년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평안하고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메일링은 1월 7일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청어람의 ‘요즘’ 소식에 주목해 주시고, 소감을 보내주셔서 정말 든든했습니다.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